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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포커스 리뷰 5호> 시민운동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회공헌 확산 전략

강원특별자치도사회공헌정보센터 0 425 2023.12.28 13:57


시민운동가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회공헌 확산 전략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

한국 시민운동은 매우 빠르게 변화해 왔다. 이는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한국의 시민사회 역시 짧은 시간동안 압축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시민사회의 성장 특징은 지식인이나 엘리트, 전문가와 같은 특정 집단이 NGO의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정작 시민의 활약은 시민운동에서 찾아보기 힘든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의 핵심은 시민운동이 초기부터 장기적 안목 가운데 시민교육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했고, 시민의 참여와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 마련을 계획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투자도 부족했음에 대한 반성이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사회공헌활동의 활성화에 있어서는 장기적 안목 가운데 사회공헌의 비전을 교육을 통해 내재화시키는 일과 거시적 관점으로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독려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일에 초기부터 충분한 노력과 투자를 기울였으면 한다.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되려면, 지속 가능한 활동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탁월한 정의감과 남다른 선량함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공헌은 특별히 착하고 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의롭고 선량해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감의 가치를 알기에 누구나 참여해야만 하는 일이다. 
 
나에게도 간혹 어떻게 20년이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장기기증운동을 해 올 수 있었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과거에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데 그 일이 너무도 고마워서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를 찾았고, 그 자리가 현재 내가 일하는 자리였노라고. 이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이 세상이 살만하다 느끼는 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 살아내기가 정말로 버겁다고 느끼는 사람들과도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사람으로 진단컨대, 현재 시민운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희생과 사명감이 시민운동가의 덕목”이라 말하는 선배 운동가들과 “사회문제 해결도 중요하나 운동가로서 나의 보람과 행복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후배 운동가들 사이에서의 고민도 케케묵은 것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젊은 운동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단체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2019년 9월,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 전국 공익활동가 2,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 나이와 경력은 각각 43.4세와 10.5년이고, 20대 공익활동가는 7.4%에 불과했다. 시민운동 섹터에 들어오는 젊은 운동가들이 줄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 운동가의 유입을 늘리는 것은 곧 젊은 지지자들의 유입을 늘리는 일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이다. 
 
또한 시민사회 단체 역시 독자적으로 사회운동을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대부분 정부의 조력자 혹은 공공복지 정책 수행 파트너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부와의 파트너십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으나 성과목표, 성과지표, 산출지표 등을 따지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단체의 역동성과 연대감은  느슨해지고 열정과 사명감은 줄어드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공헌 분야도 이제는 새로운 방법과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시대는 변했고, 앞으로는 더욱 빨리 변해갈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반드시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를 수반한다.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회문제 해결과 소외된 이웃을 향한 도움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사회공헌 활동가들이 꾸준히 등장하여 역동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게 하려면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남을 위한 일에서 남은 물론 나에게도 유익한 일’로,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에서 특별한 사람들만 하지 않는 일’로 바꾸어 나가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공헌 확산을 위한 제언 1.

 

사회를 바꾸는 방법이 바뀌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이 준수되는 세상을 열망하며 전태일 열사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개인의 치열한 삶과 희생을 갈아 넣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한 개인의 희생이나 어느 한 단체의 눈부신 활동으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는 지났다. 촛불집회와 미투운동 등을 거치며 우리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에 움직이고,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며, 끈끈한 연대와 소통보다는 익명의 사람들과의 가벼운 연결(SNS)을 선호하는 것이 현대인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대인들이 사회적 책임에 둔감하고, 시대적 문제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함부로 진단해서는 안 된다. 무관심해 보인다면, 그것은 참여할만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느슨해 보이지만 중요한 국면에서는 거대한 연대를 이루며 중요한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저력 있는 국민임을 잊지 말자.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사회적 책임 의식을 이끌어내고, 공감을 불러일으킬까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사회공헌 확산을 위한 제언 2.

 

시스템 전환만으로도 확대가 가능한 부분이 많다

장기기증운동을 하고 있기에,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한다. 고령사회로 진입하며 장기이식대기자가 폭증한 것과 달리 뇌사 장기기증자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16년 573명이던 연간 뇌사 장기기증자가 2022년 405명으로 30%나 급감했다. 2022년 뇌사추정자는 2,163명이었는데(2011년부터 뇌사추정자의 신고가 의무화됨) 이 중에서 실제 기증까지 연결된 경우는 405명으로 22%밖에 되지 않는다. 의료상의 이유로 기증이 안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이유는 뇌사추정자의 가족들이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별 장기기증 현황을 보여주는 인구 백만 명당 장기기증자도 2016년 11.1명에서 2022년 7.8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지만 같은 기간 세계에서 장기기증이 가장 활발한 나라인 스페인과 미국은 각각 2016년 46.9명, 31.9명, 2022년 46.0명, 44.5명의 수치를 보인다. 장기기증자의 감소는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7.9명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고 있다.

 

지난 해 뇌사추정자 2,163명 중,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72명이었다. 그 72명 중에서는 47%인 34명이 장기기증을 했다. 이는 뇌사 추정자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여부가 유가족들의 장기기증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고, 실제 기증 상황에서는 반드시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법적인 강제력이나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장기기증 동의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장기기증 희망등록률 증가는 장기기증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뇌사 장기기증자가 급격히 증가한 미국은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이 56%에 이른다. 2020년 5월부터 옵트아웃 제도(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면 모두 잠재적인 장기기증자로 간주함)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도 41%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3%에 불과하다.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이 높은 미국과 영국의 공통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두 나라는 운전면허 양식에 장기기증 의사표시를 묻는 항목이 삽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장기기증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3%에 불과한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에 비하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의 인식 수준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기회가 되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할 국민이 생각보다 많으나,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회공헌 활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의 접근이 쉬워야 한다. 

 

 

사회공헌 확산을 위한 제언 3.

 

정규교육과정에 공동체의식 및 시민의식 함양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2년 12월 발표한 '한국교육 종단연구를 통해 본 20대 청년들의 생애 목표에 대한 의식 변화(2005년 중학교 1학년이던 20대 청년 6천908명을 추적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은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오면서 물질적 부에 대한 목표 의식은 높아지지만 자기 성장이나 인간관계, 사회적 공헌 등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회공헌의 경우, 조사 대상자들이 고3이던 2010년에는 물질적 부보다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후 계속 하락해 20대 후반이 되면 여섯 가지 목표 의식 중 유일하게 3점 미만을 기록했다.

 

세계에서 장기기증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인 스페인은 학교 정규교육과정 중에 장기기증 관련 내용을 포함한다. 학교 수업을 통하여 어린 시절부터 장기기증 관련 정보를 듣고, 그 필요성을 인식한 스페인 국민은 성인이 된 뒤에도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장기기증에 참여한다. 정규교육과정에 시민의식 함양 교육이 포함된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민의식 함양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공헌 활동의 자발적·능동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성이 형성되는 시기부터 사회로 나가기 직전까지 사회참여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사회공헌 교육을 공교육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출처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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