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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때 빼고 광낸 고물 손수레 ‘폐지 수거 전용 리어카’ 변신"

강원특별자치도사회공헌정보센터 0 384 2023.11.27 09:58

폐지수집 노인용 리어카
지난 23~24일 7대 재탄생
본보·춘천사회혁신센터
1년 간의 실험 끝에 완성 


“고철 덩어리 같던 내 자가용이 스포츠카처럼 멀끔해졌어. 때 빼고 광내니까 이제야 좀 끌고 다닐 맛이 나네!”

지난 23일 춘천시 석사동행정복지센터. 작업복을 맞춰 입은 6명의 청년이 수십 년은 된 듯한 고물 리어카를 수리 중이었다. 2시간가량 바퀴를 갈아 끼우고 어두운 골목에서 운전자들이 리어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태양열 LED, 후미등 반사테이프, 오렌지색으로 도장 작업까지 마치자 춘천만의 새로운 ‘오렌지 리어카’로 재탄생했다.

강원일보와 춘천사회혁신센터는 올 초부터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위한 ‘자원재생활동 전용 리어카’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가장 쉽고 안전하게 끌 수 있는 리어카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춘천사회혁신센터와 강원일보의 ‘일상에서 답을 찾는 골목 실험실-리어카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리어카 리페어숍’...고물 리어카가 춘천만의 새 리어카로 재탄생=23일 춘천시 석사동행정복지센터에 ‘리어카 리페어숍’이 마련됐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리어카를 무상으로 수리해 주는 공간이다. 노인들이 리어카를 끌고 오거나 평소 이용하는 고물상에 맡겨두면 이곳으로 가져와 새로운 ‘오렌지 리어카’로 다시 제작한다. 23, 24일 이틀간 이곳에서는 7대의 오렌지 리어카가 탄생했다. 1년간 리어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팀원들은 새로운 리어카 제작을 위해 직접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작업에 동행하고 리어카를 끌어보며 개선점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9개 기능이 추가된 새로운 리어카를 고안했다. 강원일보 기자들도 리어카를 끌어보며 이 실험에 함께했다.

자신의 리어카를 끌고 리페어숍을 방문, 오렌지 리어카를 받게 된 이기원씨는 마치 새 차를 인도받은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가 “바퀴가 탱탱해 끌기도 편해졌고 받침용 그물망도 쫀쫀해 폐지가 쓰러질 일도 없어졌다. 작업 시간이 20분 정도 줄 것으로 보이는 데 스포츠카 한 대를 뽑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폐지 줍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자기 일처럼 나서서 해결해 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주민 실험과 도전으로 만든 오렌지 리어카=새로운 리어카는 폐지 받침용 그물망, 교통사고를 막아줄 따릉이 벨·태양열 LED·후미등 반사테이프, 시인성을 높이는 오렌지색 도색, 손잡이 부식과 한여름 뜨거운 열, 겨울철 추위·손시림을 줄일 핸들바 테이핑 등 9가지 개선된 기능을 갖고 있다. 춘천사회혁신센터와 강원일보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한국폴리텍Ⅲ대학 춘천2캠퍼스 교수진들이 설계하고 시제품을 만들었다. 한국폴리텍Ⅲ대학 춘천2캠퍼스 교수진들은 팀원들이 직접 리어카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난 18일 리어카 제작 교육도 했다. 부식된 부분의 도색법은 물론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바퀴를 교체하는 방법까지 꼼꼼히 알려줬다.

리어카 리페어숍 운영을 맡은 박광우 춘천사회혁신센터 선임매니저는 “리페어숍을 찾은 어르신 모두 카센터에 자가용을 맡기는 것처럼 설레는 표정으로 방문했다. 그런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면 없던 힘도 솟아 추위도 느끼지 못한 채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며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 중 휴대전화가 없는 분이 많아 방문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생각보다 많은 리어카를 수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춘천만의 오렌지 리어카 100대 보급=춘천사회혁신센터는 오는 30일과 12월1일 오전 10시~오후 3시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 12월4일과 5일 같은 시간 약사천 수변공원 데크에서도 ‘오렌지 리페어숍’을 운영한다. 하루 최대 6대의 고물 리어카를 오렌지 리어카로 다시 제작할 수 있다. 향후 100대의 오렌지 리어카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리페어숍 한쪽에서는 시민들에게 ‘자원재생활동을 돕는 쓰레기 배출 에티켓 키트’를 배부한다. 자원재생활동의 큰 장애물이 되는 무분별하게 섞인 쓰레기들을 배출 단계에서부터 방지할 수 있도록 자원재생활동가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스티커, 폐지 정리 끈 총 세 가지 로 구성돼 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안전은 물론 쓰레기 배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의지를 담았다.

■폐지 줍는 노인에서 ‘자원재생활동가’로=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폐품 수집·전달 작업은 자원재생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은 통상 1년에 9톤가량의 폐지를 운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년에 소나무 80그루 이상을 절약할 수 있는 환경적 가치를 지닌다. 2021년 국립생태원은 이들이 창출하는 환경적인 가치를 고려해 ‘자원재생활동가’라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었다. 우리가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폐지 수거 어르신들이 실은 자원순환의 가장 기초작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박유민 춘천사회혁신센터 매니저는 “깔끔하게 수리된 리어카가 어르신들의 안전을 지키고 작업을 수월하게 해주는 친구가 될 거라 자신한다”며 “리어카 프로젝트가 종료된다면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우리 동네 자원순환에 기여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1년간 이어져 온 프로젝트의 마지막 실험인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험을 통한 리빙랩 저널리즘은 계속된다=강원일보는 올해 기자들이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참여자로 나서는 ‘리빙랩 저널리즘’을 창안하고 ‘리어카 프로젝트’, ‘골목 공유주차장 프로젝트’, ‘점자실험’ 등 3가지 사회적 실험에 나섰다.

리어카 프로젝트는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과 동행하면서 여러 문제점을 체감하고 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새로운 리어카를 제작하는 실험으로 오렌지 리어카를 제작, 보급했다.

골목 공유주차장 프로젝트는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리는 춘천 후평1동 골목에서 시 행정복지센터와 지역 주민, 상인들과 함께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양보와 협력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었다. 원룸 건물주 등의 동참으로 공유주차장을 조성했으며 지금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점자실험은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실태를 현장에서 직접 조사하는 실험으로 춘천지역 공공기관 100곳의 실태를 조사해 각종 오류 등을 해당 기관에 전달했다. 취재기자가 직접 점자를 배워 이 과정에서 동참했다. 강원일보는 2024년에도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며 리빙랩 저널리즘을 이어갈 계획이다.

[출처]: 2023년 11월 27일, 강원일보, 최준겸/최기영기자," 때 빼고 광낸 고물 손수레 ‘폐지 수거 전용 리어카’ 변신"

[기사원문]:  때 빼고 광낸 고물 손수레 ‘폐지 수거 전용 리어카’ 변신 - 강원일보 (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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