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뉴스

[ms 투데이] 24년간 1200시간⋯쓰레기 줍는 의암호 골목대장 ‘손수레봉사단’

강원특별자치도사회공헌정보센터 0 255 01.17 09:18

MS투데이는 창간 이래 ‘우리 동네’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잃어버린 반려묘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부터, 아이들에게 무료로 보드를 가르치는 ‘교수 출신 60대 롱보더’, 수능을 앞두고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고3 사장님’까지. 우리 삶의 가까이에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이웃의 사연을 조명했습니다. 갑진년 창간 4주년을 맞은 MS투데이는 좀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는 당신이 있어 우리는, 그리고 춘천은 조금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30일 오전 7시 춘천 삼천동 의암공원. 기온이 뚝 떨어진 추운 날씨에 해도 뜨지 않았지만, 열댓 명 무리가 각자 손에 봉투와 집게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공원 곳곳에는 버려진 맥주캔이나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이들은 짧은 인사와 함께 곧바로 공원 일대를 돌며 익숙한 듯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공원은 어느새 깨끗해진 모습으로 아침 산책을 나온 시민들을 맞이했다.

오로지 깨끗한 수변공원이 보고 싶어 뭉친 이들의 정체는 ‘손수레봉사단’이다. 모임 이름도 ‘손으로 쉽게 가능한’ 봉사를 하고 싶어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봉사단이 의암호 일대를 돌며 ‘플로깅(산책 등 운동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 지도 24년째다. ‘매주 토요일 오전 7시’에 모인다는 규칙 하나만으로 춥든 덥든 어떤 날씨에도 쉬지 않았다. 이들의 활동 시간을 일주일에 1시간으로만 잡아도 약 1200시간이다.

본지 취재진은 이날 봉사단과 플로깅을 함께했다. 두꺼운 옷과 장갑을 끼고 중무장을 했지만, 이른 아침 ‘춘베리아’의 찬 공기는 막을 도리가 없었다. 단원들에게 춥지 않냐고 묻자 “이 정도는 추운 날씨도 아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일행 중 일부는 위험해 보이는 비탈길을 내려가 강가 근처 쓰레기를 줍거나, 풀숲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기도 했다. 위험하지 않냐고 하자 “저기 쓰레기 보이잖아요”라며 당연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봉사단 원년 멤버라고 밝힌 이순재(75)씨와 최영주(50)씨는 24년째 ‘출석 체크’를 하고 있다. 이들은 19년차 신인자(66)씨와 함께 3명이 한 조를 이뤄 공원을 누빈다. 이씨에게 힘들지는 않은지, 언제까지 할 것인지 묻자 “운동이라 생각하며 습관처럼 온다. 올 수 있는 한,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20대부터 80대 노인까지, 심지어 경기 고양시에서 찾아온 주부도 있었다. 직업도 일반 직장인부터 군인까지 다양하다. 봉사단에서 활동한지 5년이 됐다는 유기웅(54)씨는 30년 넘게 군 생활을 하고 있으며, 최근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송현수(26)씨와 이상현(21)씨도 매주 함께 나선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의암호 골목대장’을 자처하고 있지만, 누가 알아봐 주긴커녕 보상도 없다. 그럼에도 봉사를 실천하는 이유는 단 하나. ‘호반의 도시’ 춘천을 좋아해서다.

이들은 쓰레기로 얼룩진 강가의 모습이 안타까워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24년동안 활동하면서 예전만큼 공원 일대가 쓰레기로 뒤덮이진 않지만, 봉사단은 앞으로도 매주 의암호를 찾을 예정이다.

정한길 손수레봉사단 단장(65)은 의암호 플로깅 활동을 하면서 직업까지 바꿨다. 본래 출판업에 종사했지만, 봉사를 더 많이 하고 싶어 사회복지사로 전업했다. 봉사 동행에 앞선 지난달 27일, 옥천동 춘천미술관에서 정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봉사단 소개 부탁드릴게요.

손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어 뭉친 손수레봉사단입니다. 의암호 플로깅 외에도 2010년쯤부터 춘천 곳곳 낙후 지역 벽화 그리기, 강원고등학교 학생들과 문화 활동, 상담 등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봉사단 가입 조건은 따로 없고, 누구나 아침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나오셔서 신선한 의암호의 새벽 공기를 맡아보시길 권합니다.

Q. 24년간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2000년대까지만 해도 간혹 새벽까지 고기를 구워 먹고 번개탄 불을 끄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풀숲이 우거져 화재의 위험이 있는데도요. 가장 충격적인 기억은 의암 유인석 선생 동상과 평화의 소녀상 앞에 벌어진 술판을 봤을 때입니다. 공원 이름부터가 ‘의암공원’인 만큼 유 선생을 기리는 장소이고 상징하는 동상인데,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심지어 치우지도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좋았던 기억으로는 함께하던 부부 단원이 해외로 이민을 갔었는데, 10년 정도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활동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Q. 아직도 공원에 쓰레기 버리는 경우가 많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쓰레기라고 해봤자 먹다 버린 배달 음식이나 음료, 담배꽁초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도 요즘 들어서는 공원에 쓰레기 버리지 않는 문화가 자리잡혀 많이 줄었고요. 여름철과 코로나19 시기 쓰레기가 늘긴 했지만, 최근엔 다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가장 큰 목표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활동하는 것입니다. 사실 예전보다 봉사에 대한 관심이 덜합니다. 저희도 초창기엔 5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20명 조금 안되게 남았거든요. 그나마 과거엔 학생들 위주로 ‘점수’를 받기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줄었습니다.

Q. 춘천시민들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춘천을 사랑하고, 쓰레기를 쉽게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봉사란 ‘하고 싶다’는 본연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선행을 실천하는 것도 봉사지만, 저에겐 아름다운 춘천 강가를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봉사입니다. 물론 타인에게 강요하진 않고요. 저희는 앞으로도 매주 의암공원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오전 7시에 오신다면, 여러분도 손수레봉사단원입니다.
 

[출처]: 2024. 1. 14. ms 투데이 박준용 기자, 24년간 1200시간⋯쓰레기 줍는 의암호 골목대장 ‘손수레봉사단’

[기사원문]: 24년간 1200시간⋯쓰레기 줍는 의암호 골목대장 ‘손수레봉사단’ - MS투데이 (mstoday.co.kr)

Comments